정부가 2026년 하반기부터 전세신탁 제도 도입을 예고했습니다. 세입자가 낸 보증금이 집주인이 아닌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 직접 들어가는 구조입니다. 솔직히 처음 이 소식을 접했을 때 저는 "드디어 전세사기 막을 방법을 찾았구나" 싶었는데, 동시에 "그럼 집주인들이 전세를 아예 안 놓으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도 함께 들었습니다.

갭투자 종말과 보증금 국가 보관 체계
일반적으로 전세 제도는 집주인이 보증금을 받아서 다른 투자에 활용하거나 은행 예금으로 이자를 받는 구조로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건 집주인에게만 유리한 편법에 가까웠습니다. 저도 몇 년 전 전세대출을 받아 빌라에 들어갔다가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해 고생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집주인은 그 보증금으로 다른 부동산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봤고, 결국 경매까지 넘어가면서 저는 전세금 일부를 날릴 뻔했습니다.
전세신탁 제도는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장치입니다. 여기서 '전세신탁(Jeonse Trust)'이란 세입자가 낸 보증금을 집주인이 아닌 제3의 공신력 있는 기관(HUG)이 보관하고 관리하는 제도를 의미합니다. 기존에는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직접 지급했고, 집주인이 파산하거나 경매로 넘어가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위험이 컸습니다. 하지만 전세신탁 방식에서는 보증금이 HUG 계좌로 직접 입금되고, 계약 종료 시 HUG가 세입자에게 반환하는 구조로 바뀝니다(출처: 국토교통부).
이 제도가 도입되면 갭투자는 사실상 불가능해집니다. 갭투자(Gap Investment)란 전세가와 매매가의 차액이 적은 물건을 매수한 뒤,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으로 대출을 갚거나 추가 투자금을 마련하는 방식을 뜻합니다. 그런데 보증금 자체를 집주인이 만질 수 없다면, 이런 투자 구조는 성립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 제 주변 갭투자자들도 "이제 빌라 투자는 접어야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월세화 가속과 집주인의 선택
그렇다면 집주인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요? 일반적으로 집주인은 전세를 통해 보증금을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실제로 제가 만나본 집주인들은 보증금을 받으면 거의 대부분 다른 곳에 재투자하거나 은행 예금으로 이자를 받았습니다. 전세신탁이 도입되면 이런 흐름 자체가 끊기기 때문에, 집주인 입장에서는 전세를 놓을 이유가 사라집니다.
정부는 이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HUG에 예치된 보증금에 대한 수익률을 집주인에게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하지만 현재 은행 금리가 연 2~3% 수준인데, 전월세 전환율(Jeonse-to-Wolse Conversion Rate)은 약 6%입니다. 여기서 전월세 전환율이란 전세를 월세로 바꿀 때 적용하는 이자율 개념으로, 보증금을 월세로 환산하는 기준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1억 원짜리 전세를 월세로 바꾸면 월 50만 원(연 6% 기준)을 받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집주인들은 다음과 같은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 전세 대신 월세 전환으로 수익률 확보
- 보증금 없는 풀월세 계약 선호
- 비아파트(빌라, 다세대) 시장에서 전세 공급 급감
실제로 저도 최근 집을 알아보면서 느낀 건데, 예전에는 전세로 내놓던 빌라들이 이제는 거의 다 월세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임대인 입장에서는 보증금을 묶어두는 것보다 매달 월세를 받는 게 훨씬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비아파트 시장의 전세 소멸과 세입자 부담
비아파트 시장에서 전세사기 문제는 심각한 수준입니다. 제 주변에서 전세금을 날린 사람들은 모두 빌라나 다세대 주택 세입자였습니다. 아파트는 시세가 투명하게 공개되어 있어서 등기부등본과 실거래가만 확인해도 안전성을 어느 정도 판단할 수 있지만, 비아파트는 가격 정보가 불투명하고 집주인의 재정 상태를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2023년 기준 전세사기 피해 신고 건수는 약 2만 건을 넘어섰고, 이 중 90% 이상이 비아파트에서 발생했습니다(출처: 국토교통부). 정부가 전세신탁 제도를 우선적으로 민간 임대사업자에게 적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민간 임대사업자(Private Rental Business Operator)란 주택을 임대 목적으로 소유하고 보증보험 가입 의무가 있는 사업자를 뜻합니다. 쉽게 말해 빌라나 오피스텔을 여러 채 보유하고 임대업을 하는 사람들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이 제도가 시행되면 세입자들도 선택지가 줄어듭니다. 전세가 사라지면 월세로 갈 수밖에 없는데, 월세는 매달 현금이 나가기 때문에 목돈을 모으기 어렵습니다. 저도 월세로 살아본 경험이 있는데, 솔직히 매달 월세 나가는 게 심리적으로 엄청 부담됐습니다. 통장에 돈이 쌓이지 않으니 미래를 준비하기가 힘들더라고요.
정부는 전세신탁을 통해 세입자 보호를 강화하겠다는 의도를 밝혔지만, 시장은 정책 의도와 다르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집주인들이 월세를 올리거나 보증금 없는 풀월세를 요구하면, 결국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만 커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비아파트 주거용 시장은 이미 월세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아파트 시장도 조금씩 그 흐름을 따라가고 있습니다.
전세신탁 제도의 취지는 충분히 공감합니다. 전세사기로 인생이 무너진 사람들을 더 이상 보지 않으려면, 이런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 건 맞습니다. 하지만 전세가 완전히 사라지고 월세만 남는 시장이 되면, 세입자들은 매달 월수입의 30~40%를 월세로 내는 '외국형 임대 시장'으로 빠르게 진입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 부분이 가장 우려됩니다. 전세 제도가 기형적이라는 건 알지만, 그래도 목돈을 모을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였는데, 그마저 사라지면 서민들은 어떻게 자산을 형성할 수 있을까요?
앞으로 정부가 전세신탁 제도를 본격 시행하기 전에, 월세 상한제나 임대료 안정화 대책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세사기는 막되,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까지 폭증하는 상황은 막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