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9일까지 계약하면 양도세 중과가 면제되고, 실거주 의무도 최대 2년까지 유예된다는 발표가 나왔습니다. 제가 이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드디어 현실적인 정책이 나왔구나' 싶었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여전히 애매한 부분이 많더군요. 특히 임대사업자나 지방 주택 보유자 입장에서는 오히려 혼란스러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거주 의무 유예, 임대사업자는 어떻게 되나
이번 정책의 핵심은 실거주 의무 유예 조건입니다. 여기서 실거주 의무란 주택을 취득한 후 일정 기간 내에 실제로 그 집에 거주해야 한다는 조건을 의미합니다. 기존에는 조정대상지역에서 주택을 매수하면 계약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반드시 입주해야 했는데, 이번 발표로 세입자가 있는 경우 최대 2년까지 유예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출처: 국토교통부).
그런데 제가 직접 임대사업을 해본 입장에서 보면, 이 정책에는 심각한 맹점이 있습니다. 임대사업자의 경우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면 2년을 자동 연장해줘야 하는데, 정책은 일률적으로 발표일로부터 2년 내 입주만 요구하고 있습니다. 만약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면 어떻게 될까요? 법적으로는 임대인이 거부할 수 없는데, 정책상으로는 2년 내 입주해야 하니 이게 충돌하는 겁니다.
실제로 저도 비슷한 상황을 겪은 적이 있습니다. 세입자가 계약갱신을 요구했는데 제가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야 하는 상황이었거든요. 결국 법적으로는 세입자 권리가 우선이라 어쩔 수 없이 연장해줬는데, 이번 정책대로라면 그런 상황에서 실거주 의무를 어떻게 충족하라는 건지 의문입니다. 임대차보호법과 부동산 정책이 서로 맞물려 돌아가야 하는데, 지금은 따로 노는 느낌이 강합니다(출처: 법제처).
세입자 보호와 정책 설계의 괴리
일부에서는 이번 정책이 다주택자에게 유리하다고 비판하는데, 저는 오히려 세입자들이 더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봅니다. 2년이라는 기한이 정해지면 임대인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그 안에 세입자를 내보내려고 할 겁니다. 법적으로는 정당한 사유 없이 계약갱신을 거부할 수 없지만, 실무에서는 온갖 방법으로 압박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제가 아는 한 지인은 집주인이 직접 들어온다며 전세 만료 3개월 전에 통보를 받았는데, 알고 보니 다른 사람한테 월세로 놓더라고요. 이런 식으로 세입자가 원치 않게 쫓겨나는 일이 앞으로 더 많아질 겁니다. 정책 설계 단계에서 임대차 분쟁 가능성을 충분히 검토했어야 하는데, 그런 세심함이 보이지 않습니다.
더 큰 문제는 강남 3구와 토지거래허가구역만 따로 기준을 두고 있다는 점입니다. 여기서 토지거래허가구역이란 투기 과열을 막기 위해 일정 지역에서 토지 거래 시 관할 관청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제도를 말합니다. 그런데 정작 지방이나 비조정지역 주택 보유자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습니다. 이런 식이면 형평성 논란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주요 쟁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계약갱신청구권과 실거주 의무 충돌 문제
- 2년 기한으로 인한 세입자 강제 퇴거 우려
- 지역별 형평성 부재
지방 주택 보유자는 왜 배제되나
수도권에 1채, 지방에 1채 이렇게 보유한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지방 주택 시장을 조금이라도 아시는 분들은 공감하시겠지만, 지방에서는 매물을 내놔도 팔리지 않습니다. 제 경우도 부모님 돌아가시고 물려받은 지방 주택이 있는데, 3년째 매매로 내놔도 연락 한 통 안 옵니다. 시세가 1억도 안 되는 집인데 이것 때문에 다주택자 취급을 받는 게 억울하죠.
실제로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24년 기준 지방 소도시의 주택 거래량은 전년 대비 30% 이상 감소했습니다(출처: 통계청). 이런 상황에서 무조건 팔라고만 하면 누가 삽니까? 수도권은 조정대상지역이니 뭐니 하면서 세심하게 정책을 만들면서, 정작 지방은 아예 논의 대상에서 빠져 있습니다.
또 하나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은 전월세 사기 문제입니다. 요즘 등기 제도의 공신력이 떨어지면서 집 사고도 돈 날리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이런 서민 보호 대책은 왜 같이 나오지 않는 걸까요?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부동산 정책이라면서 정작 실수요자 보호 장치는 빈약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제 경험상 지방 주택 문제는 단순히 '팔면 되지'로 해결될 성질이 아닙니다. 주말농장 주택이나 상속받은 시골 집처럼 본의 아니게 다주택자가 된 사람들에 대한 예외 규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리고 '시골'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볼 것인지, 기준도 명확해야 합니다. 지금처럼 수도권 중심으로만 정책을 설계하면 지방은 계속 소외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정책이 완전히 잘못됐다고 보는 건 아닙니다. 세입자가 있는 상황에서 무조건 6개월 내 입주를 강요하는 것보다는 분명 나아졌습니다. 하지만 임대사업자의 법적 의무와 충돌하는 부분, 지방 주택 보유자에 대한 배려 부족, 세입자 보호 장치 미흡 등 여전히 손봐야 할 곳이 많습니다. 앞으로 시행령 개정 과정에서 이런 현장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기를 바랍니다. 정부가 진짜 서민을 위한 정책을 만들고 싶다면, 수도권뿐 아니라 전국 어디서든 공평하게 적용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