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2월 기준 서울 아파트 거래의 84%가 15억 이하 가격대로 몰렸습니다. 저는 이 수치를 처음 봤을 때 "역시 대출 규제가 시장을 완전히 바꿔놨구나"라고 생각했는데, 과거 데이터를 확인하고 나서는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15억 이하 거래 집중, 과연 특이한 현상일까
일반적으로 최근 뉴스에서는 서울 아파트 거래의 80% 이상이 15억 이하로 쏠렸다는 사실을 마치 새로운 현상처럼 보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직접 국토교통부 실거래 통계를 분석해본 결과, 이건 생각보다 낯선 일이 아니었습니다.
2025년 7월부터 2026년 2월까지 서울 아파트 거래량을 추적했더니, 15억 이하 거래 비중은 7월 76%, 8월 83%, 9월 75%를 기록했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2025년 10월 15일 대출 규제 대책 이전에도 이미 80%를 넘긴 달이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즉, 15억 이하로 거래가 집중되는 현상 자체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라는 겁니다.
오히려 제 경험상 더 중요한 지표는 전체 거래량의 변화였습니다. 대통령이 SNS를 통해 다주택 중과 폐지와 세제 개편을 예고한 2026년 1월 이후에도, 서울 전체 거래량은 5,400건으로 증가했습니다. 2025년 10월 대책 직후 3,500건까지 떨어졌던 것과 비교하면 확연한 회복세입니다. 2월 추정치는 6,400건에 달할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서 LTV(주택담보대출비율)라는 개념을 잠깐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LTV란 주택 매매가 대비 대출 가능 금액의 비율을 의미하는데, 현재 15억 이하 아파트는 생애최초 구매자의 경우 70%, 서민 실수요자는 60%, 일반 구매자는 40%가 적용됩니다(출처: 금융위원회). 15억짜리 아파트를 40% LTV로 구매하면 6억을 대출받을 수 있는데, 이는 현행 대출 한도 6억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쉽게 말해 15억 언더 가격대는 사실상 대출 규제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구간이라는 겁니다.
반면 15억 초과~25억 이하 구간은 대출이 4억으로 제한되고, 25억 초과는 2억까지만 가능합니다. 제가 최근 강남권 부동산을 방문했을 때 실제로 "요즘 25억 넘는 집은 거의 현금 거래 수준"이라는 중개사 말을 들었는데, 이 말이 과장이 아니었던 겁니다.

지역별 거래 허가 건수로 본 시장의 두 얼굴
토지거래허가제(Land Transaction Permit System)가 시행되면서 서울 아파트 거래는 새로운 단계를 거치게 됐습니다. 토지거래허가제란 부동산 투기 과열 지역에서 토지나 주택 거래 시 관할 지자체의 사전 허가를 받도록 하는 제도입니다(출처: 국토교통부). 계약 전 약정서를 쓰고 허가를 신청해야 하므로, 허가 건수는 향후 실거래로 이어질 선행지표 역할을 합니다.
2026년 1월 대비 2월 토지거래허가 건수를 구별로 분석한 결과가 흥미롭습니다. 강남구는 1월 대비 감소, 서초구도 소폭 감소, 용산·송파·성동구까지 모두 줄었습니다. 반면 광진구, 마포구, 양천구, 강동구, 영등포구, 중구, 종로구, 서대문구, 관악구, 성북구, 은평구, 구로구, 노원구, 강북구, 도봉구는 모두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특히 은평구는 1월 270건에서 2월 413건으로 폭발적으로 늘었고, 노원구 역시 뚜렷한 증가세를 기록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정부가 다주택자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연일 발표하는 상황에서, 실제 현장에서는 오히려 중저가 지역의 거래 의지가 강해지고 있었던 겁니다.
이 격차를 이해하려면 거래 구조를 살펴봐야 합니다. 현재 시장에는 크게 두 종류의 매물이 공존합니다.
- 다주택자가 양도세 중과 회피를 위해 5월 9일 전에 급매로 내놓은 물건 (호가 낮음)
- 실거주자가 갈아타기 목적으로 내놓은 물건 (호가 높음, 안 팔리면 그냥 거주 지속)
제가 직접 부동산을 돌아본 경험상, 강남권은 후자의 비중이 높아 호가가 잘 안 내려오는 반면, 은평·노원 같은 지역은 전자의 물건이 상대적으로 많아 실수요자들이 접근하기 수월한 상황입니다.
여기에 전월세 시장 경색이 추가 변수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서울 전세 매물은 1년 전 3만 건에서 현재 1만 8천 건 이하로 40% 감소했습니다(출처: 부동산114). 저 역시 주변에서 "전세 구하려다가 결국 매매로 돌아섰다"는 이야기를 최근 들어 부쩍 많이 듣습니다. 입주 물량까지 역대 최저 수준이다 보니, 전세 만기를 앞둔 무주택자들은 선택지가 거의 없는 상황입니다.
대출 규제 이후에도 15억 이하 가격대는 생애최초 구매자에게 LTV 70%가 적용되므로, 사실상 대출 구매력 훼손이 거의 없습니다. 이것이 15억 이하 중저가 지역에서 거래량이 오히려 증가하는 구조적 이유입니다.
이 시점에서 제가 내린 결론은 "시장은 지금 상급지와 중저가 지역으로 명확히 분리되고 있다"는 겁니다. 강남권은 매물 쌓이고 거래 줄어드는 반면, 15억 이하 중심 지역은 실수요 유입으로 거래가 살아나는 이중 구조입니다.
5월 9일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지금 시장에서 벌어지는 일은 간단합니다. 다주택자 급매 물건이 거래되면서 저가 매물이 소진되는 중이고, 5월 이후에는 높은 호가의 실거주자 매물만 남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 시점에 다시 한번 거래량이 줄었다가, 일부 고호가 거래가 체결되면 그때부터 본격적인 가격 재조정이 시작될 거라는게 제 판단입니다.
만약 지금 내집마련을 고민 중이라면, 매물은 늘었지만 거래는 줄어든 지역—구체적으로는 강남·서초·용산·성동 같은 곳—에서 다주택자 급매 물건을 찾아보는 전략이 유효할 것 같습니다. 부동산 중개사에게 "다주택자분이 내놓은 물건 있나요?"라고 직접 물어보는 것만으로도 접근 가능한 매물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물론 15억 이하 집도 결국 막대한 대출을 감당해야 한다는 현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저 역시 주변에서 "대출 원리금 감당 가능할까?"라는 불안감을 토로하는 분들을 많이 봅니다. 하지만 화폐 가치 하락과 거주 안정성을 함께 고려하면, 필요한 시점에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내집마련을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합리적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같은 시기에 데이터와 구조를 정확히 파악하고 움직인다면, 최소한 "잘못된 타이밍"은 피할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