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집이 많으면 무조건 부자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요즘 부동산 시장을 보면서 깨달은 게 있습니다. 집이 많다고 다 부자가 아니라는 거죠. 오히려 대출이 많은 다주택자들이 지금 가장 힘든 시기를 맞고 있습니다. 정부가 다주택자 주택담보대출 연장 금지를 검토하면서 강남권 아파트에서 수억 원씩 가격을 낮춘 급매물들이 속출하고 있거든요. 집값 잡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이렇게 강력할 줄은 몰랐습니다.

다주택자 대출 연장 금지, 왜 이렇게 센 카드인가요?
금융당국이 검토 중인 규제 지역 내 다주택자 대출 연장 금지는 단순한 규제가 아닙니다. 이건 비자발적 매각을 유도하는 아주 강력한 조치죠. 여기서 주택담보대출(LTV, Loan To Value)이란 집값 대비 대출 가능 금액의 비율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10억짜리 집을 살 때 은행에서 얼마나 빌려주느냐의 문제입니다.
제가 아는 분 중에 강남에 집 세 채를 보유한 분이 계십니다. 겉으로 보면 자산이 30억 넘는 부자죠. 그런데 실제로는 각 집마다 대출이 걸려 있고, 전세 보증금도 받아둔 상태입니다. 이분이 최근에 은행에서 대출 연장이 안 될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듣고 굉장히 당황하더라고요. 당장 10억을 갚으라고 하면 집을 팔아야 하는데, 지금 시장에서는 급매로 내놔도 쉽게 팔리지 않으니까요.
5대 시중 은행의 다주택자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지난 3년간 거의 두 배로 늘어나 36조 원 수준입니다(출처: 금융감독원). 만약 이 금액이 대출 연장 없이 회수된다면 시장에 미치는 충격은 상당할 겁니다. 집값 상승을 기대하며 도미노식으로 갭투자했던 분들이 가장 위험한 상황에 놓였습니다.
부동산 자산가들의 특징은 자기 돈만으로 집을 사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대부분 세 가지 돈을 섞어서 삽니다. 첫 번째가 본인의 종잣돈, 두 번째가 은행 대출, 세 번째가 세입자 전세금입니다. 이 중에서 은행 대출 연장이 막히면 전체 구조가 흔들리는 거죠. 저는 이 부분이 정말 무섭다고 생각합니다. 집은 잘라서 팔 수 없으니까요.
강남 아파트 급매 출회, 정말 수억 원씩 떨어지나요?
압구정 현대 아파트 52평이 작년 11월 94억에 거래됐다가 올해 1월 84억에 거래됐습니다. 두 달 만에 10억 하락입니다. 여기서 실거래가란 실제로 매매 계약이 체결된 가격을 의미하며, 호가나 시세와는 다릅니다(출처: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호가는 파는 사람이 부르는 가격이고, 실거래가는 실제로 돈이 오간 가격이죠.
제가 직접 부동산 앱에서 확인해보니 압구정 현대 1·2차 단지의 거래 추이가 심상치 않았습니다. 2024년 12월에는 68억 선에서 거래되던 평형대가 25년 4월에 83억, 11월에 94억까지 치솟았습니다. 7개월 만에 11억이나 뛴 거죠. 솔직히 이건 말이 안 되는 상승이었습니다. 더 오를 거라는 기대감에 무리하게 산 분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재건축 기대감이 큰 아파트일수록 가격 방어가 강하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입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재건축은 희망고문일 때가 많습니다. 압구정 현대나 대치동 은마아파트처럼 재건축 기대주로 불리는 곳들도 결국 현금 흐름이 막히면 가격 방어가 어렵습니다.
대출 연장이 안 되면 어떻게 될까요? 강제 매각입니다.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 바로 경매로 넘어가기 때문에 심리적 지지선이 무너지는 순간 매물 폭탄이 터질 수밖에 없습니다. 잠실 쪽 엘스 리센트 트리지움 같은 대장주급 아파트에서도 직전 최고가 대비 3~4억 원 낮춘 매물들이 나오고 있는데, 매수자들은 5월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시점까지 더 떨어질 거라며 관망하고 있습니다.
자산가들도 현금 부족에 시달리는 이유
총 자산 100억짜리 건물주도 당장 꺼낼 수 있는 현금은 몇억 원밖에 안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만난 부동산 시행업자 중 한 분은 자산이 수십억 원인데도 급하게 몇천만 원을 빌리러 다니는 걸 봤습니다. 부동산 자산가들은 여유 자금이 생기면 바로 다른 부동산에 재투자하기 때문에 통장에 현금을 쌓아두지 않거든요.
이때 은행에서 대출금 10억을 갚으라는 통보가 오면 패닉 상태에 빠집니다. 100억짜리 건물을 당장 팔 수도 없고, 건물은 잘라서 팔 수도 없으니까요. 여기서 유동성(Liquidity)이란 자산을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능력을 말합니다. 부동산은 유동성이 낮은 자산입니다. 주식은 버튼 하나로 팔 수 있지만, 부동산은 매수자를 찾는 데만 몇 달이 걸릴 수 있죠.
부동산 자산가들이 집을 살 때 사용하는 돈의 구조를 보면 이렇습니다.
- 본인 자금: 종잣돈으로 일부만 투입
- 은행 대출: 주택담보대출로 최대한 활용
- 전세 보증금: 세입자 돈으로 레버리지 효과
이 중 은행 대출 연장이 막히면 전체 구조가 무너집니다. 전세금을 올려서 대출을 갚으려 해도 요즘 같은 시장에서는 세입자 구하기도 어렵죠. 결국 우량 자산인 강남 아파트를 급매로라도 던져서 급한 불을 꺼야 하는 상황이 오는 겁니다.
중국 홍콩 사례가 남의 일이 아닌 이유
2023~2024년 홍콩 아파트값이 갑자기 반토막 거래가 속출했습니다. 중국 부동산 재벌들이 가장 빠르게 현금을 마련할 수 있는 방법이 홍콩의 고가 아파트를 싸게 내놓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 뉴스를 처음 봤을 때는 '중국이니까 그렇지, 우리나라는 다르겠지' 싶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 시장을 보면 비슷한 패턴이 보입니다.
금융당국이 다주택자 법인 대출까지 조이면 본업 운전자금까지 압박받는 자산가들이 나올 겁니다. 사업체를 살리기 위해 부동산을 눈물 먹고 처분하는 비자발적 매각이 발생하는 거죠. 저는 부동산 말고 다른 사업을 하시는 분들이 특히 위험하다고 봅니다. 부동산으로 버티다가 본업까지 위태로워질 수 있거든요.
부동산 자산가들의 계산 방식도 바뀌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대출이자 4% 내고 집값 10% 오르면 이득'이었죠. 그런데 지금은 대출이자가 6% 가까이 되는데 집값은 정체되거나 떨어지고, 보유세까지 폭탄처럼 날아옵니다. 보유하면 오른다가 아니라 보유하면 고생한다로 계산기가 돌아가는 겁니다.
제가 최근 만난 한 자산가분은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앉아서 세금 내느니 지금 몇억 깎아서 팔고 세금 아끼는 게 낫다"고요. 자산가일수록 손실 계산이 빠르고 결정도 냉철합니다. 이분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시장은 빠르게 바뀝니다.
지금 부동산 시장은 두 가지 방향이 충돌하고 있습니다. 시중에 돈이 풀려 부동산 가격이 상승할 수 있는 요인과, 규제가 심해서 돈의 흐름이 바뀌어 하락할 수 있는 요인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죠. 저는 당분간 이 줄다리기가 계속될 거라고 봅니다. 다만 대출 연장 금지 같은 강력한 규제가 현실화되면 하락 쪽으로 무게가 실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집값 잡는 것도 환영하지만, 그전에 부실한 건설사들이 아파트를 개판으로 짓지 못하게 막는 게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외국처럼 후분양제를 도입하고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건설 기준을 강화해야죠. 선분양제로 건설사 부담만 덜어주고, 국민들은 평생 하나 살까 말까 한 집을 사고 나서도 층간소음 때문에 싸우고 심지어 사망 사고까지 나는 게 말이 됩니까? 집은 투자나 투기가 아니라 사람이 살고 편해야 하는 공간입니다. 대출 때문에 그 집을 지키지 못한다면 애초에 자기한테 안 맞는 집이었던 겁니다.